Peep Cell_서결

Intrapreneur에 대한 생각 - 창업자로서 왜 회사 안에서 일하는가?

"Intrapreneur = Entrepreneur inside a company"

1. "Intrapreneur?"

올해 초, 3년 간의 격렬한 창업기를 마감하고 번아웃을 치유하던 중이었다.
무엇을 할까? 라는 건 참 쉽지 않다. 무려 1년 반의 백수 생활동안, 창업가로서 참 많은 사업 아이템과 잡 오퍼들이 내 주위를 스쳐갔지만, 훌쩍 눈이 높아진 나 자신에 대한 "셀프 IR"을 통과하지 못하고 결국 스러져가곤 했던 것이다.
처음 'Intrapreneur'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 것은, 평소 많이 존경하는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 대표님의 페이스북 글을 읽고나서였다.
자주 느끼지만 키워드라는 건 참 강력한 것 같다. 'Intrapreneur'라는 말 하나로 굉장히 많은, 풀어서 설명할 것들이 머리속에 한꺼번에 쏙 들어오고, 뇌리에 박히는 것을 보면..
또, 그 무렵 지인의 소개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면접을 보게 될 일이 있었는데, 그때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던 소셜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제안을 해보면서 (면접 당시 요청이 있었던 건 아니고 내 마음대로 해봤다), 그리고 빅히트에 계시는 스마트하고 열정넘치는 분들을 보면서 또 한번 Intrapreneur의 매력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름 야심차게 기획하고 제안해봤지만 뭔가 진행되진 않은 Social Streaming Service. 스트리밍 서비스는 내가 창업해서 할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라 Intrapreneur 아이템으로 괜찮은 분야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개인적으로 이런 서비스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중... (하실 수 있는 분 아이디어 드릴게요..)

2. 창업가가 '남의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4년 전 봉봉에 조인하게 되어 1년간 일하며, 내 롤모델로 삼을 정도의 뛰어난 창업자들과 가까이 일하며, 창업가의 커리어 패스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
봉봉 김종화 대표님은 네오위즈→ 윙버스 → 네이버→ 데일리픽 →티몬카카오→ 봉봉 의 이력을 가지고 계신다. 창업취업을 대체로 반복하고 계시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대부분의 취업 케이스는 M&A을 통한 것이었고, 이런 해석은 혼자 감히 해본 것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김종화 대표님과 같이 윙버스 창업을 하셨던 스노우의 김창욱 대표님은 네오위즈→ 윙버스 → 네이버→ 데일리픽 → 티몬네이버스노우의 이력을 가지고 계신다.
또, 두 분 모두 단순히 창업가 → 엑싯으로 끝난 것이 아니고, (보통 엑싯 후 소속된 회사에서 창업가가 큰 공을 세우는 경우도 드문 편이다) 김종화 대표님은 카카오스토리 기획을 총괄하시고, 김창욱 대표님은 네이버에서 도돌런쳐와 스노우를 성공시킨 후 스노우를 분사, 제페토, 잼라이브, 크림, 케이크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는 등 각 회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해내셨다.
나도 병역특례 때문에 이모션이라는 회사에서 일하며 1km 라는 서비스를 만들었고, 그 경험을 가지고 창업을 했으나 실패하고 나서 봉봉에 다시 조인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때 봉봉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회사생활을 하며 (1km 팀도 완전히 자율적인 소규모 팀이었기에) 여러가지로 나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속속들이 느끼게 되었는데,
그래서 창업 -취업- 창업 -취업 - ... 의 테크트리(물론 M&A를 통한 것이라면 더욱 이상적이겠지만) 좋다는 생각을 했다. 남의 간섭을 상대적으로 훨씬 덜 받는 창업가는, 그만큼 성장의 기회도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창업을 통해서도 물론 굉장한 양의 경험치를 쌓고 성장할 수 있겠으나, 그 방향성은 철저히 본인의 선택이기에 주관적일 수 밖에 없고 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리더로서 할 수 있는 성장과 팔로워로 할 수 있는 성장이 또 다른 것도 같고.

3. 그래서?

마침 이런 생각들을 하던 차에,
같은 회사에서 병역특례를 했던 사이인 OP.GG 최상락 대표가 (이하 상락 님) 회사에서 진행하는 신사업의 초기 기획을 파트타임으로 도와줄 수 없냐는 이야기를 했고, 마침 백수로서 프리랜서 일들을 찾아서 하던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OP.GG는 리그오브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등의, 게임 사용자 플레이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이다.
그때의 미션은 'Discord를 따라잡을 수 있는 프로덕트 기획' 이었다. 마침 B2C/소셜 프로덕트를 늘 기획해왔고, 게임 매니아인 나에게 여러모로 흥미가 당기는 주제였다. 정말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달 정도 프로젝트가 실제로 진행되면서 기획, 디자인, 개발 직군의 다양한 분들을 만나 자문을 받거나 실무 지원을 받으면서, '여기 사람들 참 괜찮네' 하는 생각을 하던 중, 마침 상락 님께서 OP.GG 에 정식으로 조인해서 프로젝트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주셨고, 나는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4. 합류하게 된 이유들

1달 정도 고민했고, 결국 OP.GG 에서 이 "메신저" 프로젝트를 PM으로서 담당하게 되었다. 1년 반 동안 꽤나 많은 잡 오퍼와 창업 기회가 있었지만, 왜 나는 여기에 조인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기록하고 공유해보고자 한다. Intrapreneur에 대해 생각해보기에 좋은 기준들로서 참고가 되면 좋겠다.

1) Product-Me-Fit

원래부터 나는 "Product Guy"를 자처하는 편이었다. 처음 기획했던 서비스인 1km 부터, 창업해서 만든 앱들, 이후의 커리어인 봉봉, 코인매니저, ... 등등 모두 B2C 제품이었다. 금융, 커머스, O2O, SaaS 등과는 다른, 순수 B2C 온라인 프로덕트들을 항상 좋아했던 것 같다.
기획자로서는 사람들을 이어주고 소통할 수 있는 프로덕트들을 늘 좋아했다. 얼리어답터로서, 트렌디한 앱들이 나오면 항상 먼저 써보곤 했다. 2020년 내가 써본 것 중 최고의 앱이라고 생각하는 Zenly 와 같이.
30 중반을 바라본다라는 관점에서, 지금 커리어적으로 내가 내리는 선택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잘 모르지만 항상 유망한 - 예를 들어 금융이나 커머스, O2O와 같은 필드에 도전을 하고 배워볼 것인가, 혹은 여태까지 해오던 것들을 더 깊게 파볼 수 있는 선택을 할 것인가?
단순히 늘 나는 재미있는 것들을 잘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B2C 프로덕트들의 전문가가 되는 것으로 앞으로의 커리어를 계속 특화해나가자는 선택을 했다.

2) 더 크고 좋은 도전

내가 어디에 들어가서 뭔가를 하는데, 그 스케일이나 퀄리티가 내가 스스로 창업해서 만들 수 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 그건 정말 창업가로서 잘못된 선택일 것이다.

2-1) 트래픽

OP.GG 무려 4500만명의 글로벌 MAU를 가지고 있는, 트래픽 관점에서는 정말 거대한 서비스이다. OP.GG에는 '톡피지지'라는 일종의 게시판 커뮤니티가 있는데, 그 커뮤니티의 트래픽만 해도 300만이다. 'NEXT'라는 신규 서비스를 런칭했더니, 첫 달 방문자만 90만명이었다.
즉 여기서 정말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만 하면, 일단 최소 수십만명의 트래픽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Product-Market-Fit 을 달성하면 수백만도 금방일 것이다.
초기 사용자를 어떻게 모을지, 그걸로 스케일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처절한 고민과 노력의 시간이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것 만으로도 굉장한 메리트가 느껴졌고, 정말 멋진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면 OP.GG 의 트래픽을 기반으로 수천만-억 단위의 트래픽을 가진 글로벌 서비스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당찬 야망도 생기기 시작했다.

2-2) 블루오션

정말 많은 게임 회사들이 있지만, 게이머들을 위한 서비스도 그걸 만드는 회사도 많지 않다. 게이머들을 포커스한 대표적인 서비스로서 트위치, 디스코드, 스팀 정도가 있겠지만, 그 외에는 OP.GG 외에 유명하거나 큰 서비스가 거의 없고 이를 만드는 스타트업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전세계 게이머들은 수십억 명에 이르고 시장은 계속 커지는데, 이들을 위한 서비스가 많지 않다는 건 굉장한 블루오션이라고 느꼈다.

2-3) 좋은 동료

파트타임으로 일해보며, 상락 님을 포함하여 회사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 중 몇 분들과는 같이 일할 기회도 있었다. 내가 여태껏 사회경험을 하며 만난 사람들 유형 중 동료로서 꼭 피하고 싶은 사람은
무능, 무책임한 사람
악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
감정적인 사람
인데,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전반적으로 회사를 굉장히 사랑하고, (열혈 게이머 출신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순수하고, 솔직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같이 일하기 좋은 동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2-4) 좋은 새 동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특정 분야의 개발자가 절실히 필요했지만 찾지 못해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 정말 많은 사이트에 공고도 올리고 주변 다른 개발자들도 찾아볼 계획이었는데, 오랜 경력과 일반적이지 않은 개발 스택이 필요했기에 쉽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날 상락 님이 이런 고민을 투자자 중 한 분과 나눴고, 그 분이 자신의 옛 동료였던 개발자를 소개해주셨다. 덕분에 프로젝트는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좋은 회사가 가진 인지도, 네트워크, 자본 등을 통하면 더 좋은 새 동료들을 구하는 것도 더 쉽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프로덕트는 애초에 내가 스스로 창업했다면 이걸 만들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서 구현도 못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3) 날 이 회사에 얼마나 비싸게 팔 수 있는가?

재밌게 읽은 만화 "해황기" 중 한 대목
많은 사람들은 '좋은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반대로 '나쁜 회사' 에 대한 이야기도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를 통해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모든 회사는 개차반이다' 라고 생각한다. 늘 주변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니 든 생각이다. 우리가 보통 '좋은 회사' 라고 하는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스타트업, 그리고 심지어 구글에 다니는 사람들까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자면 '우리 회사는 체계가 너무 안잡혀있다' '우린 너무 주먹구구식이다' 고들 많이 이야기한다. 완벽한 회사가 어디있겠는가? 다들 어떻게든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꾸역꾸역 전진해나갈 뿐이다.
내가 주니어이거나 아직 배울 것이 많다면 좋은 체계를 갖춘 회사, 또 훌륭한 동료와 특히 선배들이 많은 곳으로 가서 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경력이 5년을 넘어가면, 배움도 중요하지만 가지고 있는 스킬을 활용하여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경력이 10년을 넘어가거나, Intrapreneur 로서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모든 것이 갖춰지고, 모든 체계가 잘 돌아가는 회사는 그만큼 날 덜 중요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고, 내 능력은 대체되기 쉬울 것이다. 반대로 그 회사가 절실히 필요한 것을 내가 채워줄 수 있다면, 그리고 대체될 수 없는 것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나의 가치는 올라가고, 또한 더욱 큰 기여를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상락님을 포함하여 회사 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내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많고, 내가 잘 하는 것들이 이 회사가 갈증을 느끼는 것과 많이 일치한다는 판단을 했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회사 안에서의 내 포지션이 블루오션인지 레드오션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창업가로서 합류할 회사를 고를 때 좋은 하나의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한다.

4) 그 외에 고려했던 것들

4-1) 코로나바이러스

개인적으로 COVID-19 사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봤고, 이 사태가 꽤 오래 갈 것이라 생각했다. 최소 2~3년 정도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5~10년이 되어도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 경제에 굉장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전망했다. 올 초에 그렇게 생각한 것 치고는 아직도 왜 내가 경제적으로 별 체감 없이 사는 지 잘 이해가 안되지만 (적어도 IMF 수준의 체감 위기를 겪어야 하는것 아닐까?) 난 지금의 경제지표들과 실물 경제가 많이 괴리되어있어 큰 버블이 끼어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겠지만 설령 그렇다면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경제 상황 하에, 스스로 창업을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었다. 이전 창업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두었다면 상관없겠지만, 오히려 창업 실패로 인해 개인 재정 상황은 좋지 않은 상태였다. 창업을 했다가 실패했을 경우에, 서른 중후반의 나이에 여러모로 어려운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생각에 압박감이 들었다. 그래서 발생할지도 모를 경제 리스크를 헷징하여, 경제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으면서도 업사이드도 노려볼 수 있는 선택이 지금 타이밍에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다들 알다시피 게임 산업은 코로나 수혜산업이다. 여러모로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4-2) 상사/경영진의 성향과 상황

그리고 내 주변의 취업 케이스들을 살펴보면 '조인 할 때는 A 하자고 해놓고 막상 뽑고나서 B 시키더라' 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런 것을 볼 때,
나한테도 그런 일이 발생할까? (그럴 가능성이 높을까?)
그런 일이 발생하면 얼마나 대화/조율이 가능할까?
이런 생각들을 했다. 하지만 여태껏 알아온 상락 님의 성격과, 또 몇 달 일하며 본 모습들을 토대로,
기본적으로 약속을 무겁게 생각하고 책임의 무게를 아는 사람
언제나 누구의 이야기도 들을 준비가 되어있고, 생각하는 것을 항상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
이라는 확신을 내렸기에 그 부분의 걱정은 더 들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일을 하게 되어도, 이 회사에서 하는 일들은 전반적으로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런 내용들을 체크할 때에는 상사/경영진이 될 사람의 성격과 성향 뿐만 아니라, 회사가 처한 상황과 주요 이슈들, 이에 대한 전략과 중장기적 비전까지 확인하면 더 좋을 것이다. 자신의 사회 경험에 비추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다양한 레퍼런스를 받을 수 있으면 가장 좋다.

5. 인생은 길다

결과적으로 7월에 OP.GG에 정식으로 합류해서, 열심히 서비스를 만드는 데 매진하고 정말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운이 좋게도 그때 내가 했던 생각들이 지금 생각해도 별로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최선의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올해 초 학교 후배가 창업동아리 회장이 되어서, 창업기를 공유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 많이 배출된 창업동아리기에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반대로 오히려 너무 성공한 분들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할 수도 있어서, 뒷다리 하나 정도 나온 올챙이로서 해줄 수 있는 말도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좌충우돌 창업 스토리와 노하우를 PPT에 담아 주절주절 설명했지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인생은 길다" 였다.
첫 창업을 스무살 중반에 했고, 그 때 목표 중 하나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월에 수천만원 정도 버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멤버들과 같이 나눠서 '쏠쏠하게 사는 것' 이었다. 최대한 멤버 수를 적게 하고, 높은 지분율을 가져가고 싶었다. 엔젤 투자자 한 명 외에는 투자 유치도 자제하고, 빨리 회사를 키워서 돈을 많이 벌거나, 엑싯을 하고 싶은 마음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 방향성이 아주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후회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제대로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들이 있어 아쉬운 마음이 가끔 든다. 화려한 다른 창업가들의 엑싯 소식같은 것들을 들으며, '나도 저 자리에 언젠가 낄 수 있겠지' 하는 환상으로 일했던 적도 많았다. 서른을 넘기고 서른 중반을 바라보며, 그리고 또 어물쩡 하다보면 서른 후반이 되고 마흔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젠 그런 흐름으로 도전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성공한 젊은 창업가' 가 되고자 하는 욕심은 내려놓거나, 아니면 잠깐 미뤄두어도 괜찮은 것 같다. 인생은 기니까. 지금 나는 단순하게 내가 만드는 서비스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서비스를 사랑하는 동료들과 재밌게 만들고, 정말 많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가치있는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오히려 지금 나에게는 창업을 해서 만드는게 더 오래 걸리고 돌아가는 길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Intrapreneur, 잘만 택한다면 정말 좋고 빠르고 재미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창업가로서 지금의 나에겐 이것이 최선의, 매력적인 선택이다.